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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   ( 조회:2471 / 0 ) 이우114  

중국의 과거를 보려면 시안(西安)으로, 현재를 보려면 베이징으로, 그리고 중국의 미래를 보려면 상하이로 가라.”

중국인이 흔히 하는 말이다. 중국 고대문명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거대한 박물관 시안, 중국 정치를 이끌고 있는 행정 중심도시 베이징, 그리고 욱일승천하는 중국 경제를 대표하는 도시 상하이를 두고 하는 얘기다. 상하이는 그런 곳이다. 거리에서 중국 경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로 뒤덮인 푸둥(浦東) 금융가, 상하이 인근 도시에 흩어진 공장, 양쯔강과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물류 네트워크…. 이 모든 게 경제도시 상하이를 대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게 상하이의 전부는 아니다. 콘크리트 건물 건너편에는 수많은 역사의 현장이 숨어있다. 그 숨결을 느끼지 못한다면 상하이의 껍데기만 본 것이다.

중국 경제의 힘 실감케 하는 도시

시안이 고대, 베이징이 명(明)·청(淸)시대 역사를 보여준다면 상하이는 근대 중국역사가 담겨있는 곳이다. 근대 중국의 역사가 상하이를 중심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그 상하이의 역사 현장을 추적해 보자. 상하이는 시내 중심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황푸(黃浦)강을 사이로 푸둥과 푸시(浦西)로 나뉜다. 황푸의 동쪽은 푸둥이요, 서쪽은 푸시다. 황푸강은 상하이의 과거와 미래를 가르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서쪽 와이탄(外灘)에 즐비한 고색창연한 유럽스타일의 건물은 19세기 말 상하이를 보여준다. 당시 황푸강은 아픈 역사를 머금고 흘렀으리라. 중국이 제국주의에 굴복, 조차지가 설립되면서 외국인들은 와이탄 공원 입구에 ‘개와 중국인은 출입금지(華人與狗不得入內)’라는 팻말을 꽂아 놓았다. 바로 그 자리에는 지금 지멘스, 삼성 등 외국기업 광고판이 들어서있다. 그 어떤 패러디가 이보다 더 풍자적일 수 있을까?

중국 공산당 탄생 성지 ‘신천지’

와이탄이 19세기의 땅이라면 강 건너 푸둥은 21세기 중국의 발전을 대표하는 곳이다. 아시아 최고(468미터) 건축물인 동방명주(東方明珠)가 우람하게 버티어 서있고, 그 옆에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가 들어서 있다. 중국인들이 동방의 ‘맨해튼’이라고 부르는 루자줴이(六家嘴) 금융가. HSBC, 시티은행 등 세계적인 은행과 상하이증권거래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천지개벽이야!’라고 감탄했다던가….

시내 쉬자후이(徐家匯)의 신천지(新天地)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제1회 공산당전당대회 유적(一大會址)’은 중국 공산당이 탄생한 곳이다. 지난 1921년 마오쩌둥, 장궈타오(張國燾) 등 혁명가들은 경찰의 눈을 피해 이곳에서 당대회를 열었다. 평생을 혁명과 투쟁으로 살아온 마오쩌둥은 ‘공산당이 없었다면 새로운 중국은 없다(沒有共産黨,沒有新中國)’라고 했다. 바로 그 전당대회 유적 옆에 조성된 카페거리인 신천지에 공산당은 없어 보인다.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노라면 공산당 ‘성지’인 상하이가 자본주의 사회로 줄달음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상하이는 그렇게 과거와 미래가 뒤엉켜 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관광객이라면 루쉰(魯迅) 공원(옛 홍코우 공원)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공원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루쉰기념관은 그의 숨결이 아직 살아있는 곳이다. 아Q정전(阿Q正傳), 광인일기(狂人日記), 방황(彷徨)….

‘가짜 혁명’ 공격한 루쉰 기념관도

루쉰의 소설 원고는 빛바랜 채 전시돼 있지만 중국에 던졌던 그의 큰 울림은 여전히 살아있는 듯하다. 그는 봉건의 악습에 젖어있는 민중들의 몽매를 두들겨 팼다. 그의 붓(筆)은 독재에 빠져들고 있는 군벌 세력들을 겨냥했고, 또 거짓과 위선으로 얼룩졌던 ‘가짜 혁명’을 공격했다.

“물에 빠진 개는 두들겨 패라!” 루쉰은 “물에 빠진 개가 다시 살아나와 사람을 무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두들겨 패라”고 일갈했다. 불의의 세력이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라는 외침이었다. 루쉰기념관에는 지금도 그의 울림이 메아리치고 있다.

상하이는 우리에게도 각별한 도시다. 우리나라 독립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많은 독립투사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피를 흘렸던 유적이 상하이와 주변 지역에 퍼져 있다. 우리 자녀들의 역사교육 현장으로 손색이 없다.

상하이 시내 카페골목인 신천지 옆에 있는 임시정부청사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조국 광복을 위해 상하이 지역을 누비고 다녔던 김구 선생을 비롯한 독립투사들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노력으로 관리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루쉰 공원 내에 마련된 윤봉길 의사 기념관(梅亭)은 일본군 수뇌에게 ‘도시락 폭탄’을 던졌던 바로 그 현장에 건립됐다. “남아가 한 번 집을 나가 뜻을 이루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그의 서필과 한 손에 수류탄, 한 손에 한인애국단 가입 선언서를 든 윤 의사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그곳에는 특히 의거 당일 김구 선생과 맞바꾸었다는 윤봉길 의사의 시계가 전시돼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독립의 ‘성지’이기도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2시간여 달려 도착하는 자싱(嘉興)의 하이엔(海鹽)에도 김구 선생의 유적이 살아있다. 이곳은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 의거 이후 몸을 피해 2년간 거처하던 곳. 그는 당시 지인의 도움으로 이곳에 머물며 조국 잃은 슬픔을 달래면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었다. 최근 상하이 총영사관의 노력으로 기념관이 설립됐다.

과거와 미래가 엉켜 있는 상하이. 오늘도 상하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황푸강은 그 역사와 미래의 꿈을 머금고 유유히 흐르고 있다.







상하이를 가르는 황푸강. 그 동쪽은 푸둥(浦東)이고, 서쪽은 푸시(浦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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