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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흔적까지 지운 ‘모던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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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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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용환.김경빈.김상선] 베이징의 중심 거리인 왕푸징 인근 미술관 허우제(後街). 이곳은 중국 현대 기독교 지도자였던 자오쯔천(趙紫宸) 선생의 고택이 있던 자리였다. 자오 선생의 고택은 명나라 때 지어져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쓰허위안(四合院·전통가옥)으로 베이징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문화재였다. 하지만 2000년 베이징에 불기 시작한 차이첸(도시재개발) 바람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은 이 일대에 현대식 빌딩과 호텔이 들어서 있다.
불도저식 도시 재개발에 밀려 사라진 베이징의 역사 유적은 쓰허위안뿐만이 아니다. 자금성 남쪽 지하철 첸먼(前門)역에서 충원먼(崇文門)역 주변에는 베이징성(城)의 잔재만 남아 있다. 옛 베이징을 둘러쌌던 베이징성은 해체되고, 그 자리에 제2순환도로가 지어져 차량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의 뒷골목인 후퉁(胡同) 역시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후퉁 지역에 들어서는 초현대식 건물은 같은 디자인이 없을 만큼 다양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베이징시 정부의 계획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외국인 눈에는 다양함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은 획일적인 계획도시인 셈이다.
중국 정부는 200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08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자 '신(新)베이징' 건설을 천명했다. 어느 건설현장을 가도 가림막에는 '신베이징'구호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신베이징은 2001년 이후 베이징 변화의 화두였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도로·지하철·경기장 등 올림픽 인프라 건설과 도시 재정비에 138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제2순환도로와 제3순환도로 주변은 30~40층짜리 빌딩 숲으로 바뀌었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공항인 서우두 제3 공항이 올림픽 개최에 맞춰 개항하는가 하면 3000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는 베이징과 톈진(天津)을 30분 만에 주파하는 고속철도도 최근 개통돼 경제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문화 전문가들은 “초현대식 도시 인프라로 둘러싸인 베이징이 정부 당국자들이 생각하는 21세기 베이징의 미래인 것 같다”고 평했다. 중국 지도부가 21세기의 새로운 강대국으로서 베이징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면적인 도시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적 '모던 도시'로 탈바꿈하는 베이징의 모습은 외국인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베이징 사범대에서 중국어 연수를 하고 있는 랜디 리처드슨(21·프린스턴대 동아시아학)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베이징이 어느 정도 현대화됐을 것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변화가 너무 빨라 어리둥절하다”며 “1000년 고도(古都) 베이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 주변 친구들도 '베이징이 어디 갔지?'라고 되묻곤 한다”고 말했다. 차이나 노키아의 직원 리나 레히탄(30·여)은 “자금성·천단·이화원 정도 외에는 역사 도시로서 베이징의 특성이 별로 없다. 주말에 갈 만한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중국 지식인들은 좀 더 짙은 아쉬움을 표출했다.
칭화대 우량융(吳良鏞) 교수는 “현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옛 문물만 고수할 수는 없지만 정부 당국자들의 치적과 개발업자들의 수익을 위해 베이징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건축물들이 훼손된 것은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과학원 쉬핑팡 연구원은 “올림픽에 가려져서 베이징의 역사가 서려 있는 문물의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냉소로 유명한 중국의 소설가 왕숴(王朔)는 역사적 유물이 도시 개발로 철거되는 상황을 비틀어 “차이나”라고 꼬집었다. “어디를 차이(재개발)하시나”라는 뜻인데 중국의 영문명인 'China'를 빗대 무차별적인 재개발을 비판한 것이다.
서강대 이욱연(중국문화) 교수는 “도시는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해 존재한다는 말도 있는데 베이징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도시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칭글리시도 대대적 정비=국제도시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엉터리 영어인 칭글리시도 수술대에 올랐다. 기계적인 영어 번역물인 칭글리시는 이를테면 일회용 컵을 'a time sex thing'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중국어로 일회용품을 뜻하는 '이츠싱융핀(一次性用品)'을 그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다. 비상구를 뜻하는 '태평문'을 그대로 번역(Entry on Peacetime)해 외국인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식당 메뉴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 영계로 만든 퉁쯔지(童子鷄)는 'chicken without sexual life(성생활을 하지 않은 닭 요리)'란 엽기적인 영어로 소개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당국은 이런 칭글리시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비상구는 'Exit'로, 퉁쯔지는 요리 과정과 재료를 소개한 영어로 바꾸는 등 한바탕 칭글리시 소탕전을 벌였다. 또 베이징의 상징적 랜드마크였던 베이징역의 간판 아래에도 영문 간판을 설치하는 등 국제도시로서 베이징의 탈바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림픽조직위 관계자는 “지구촌 사람들은 문화대혁명과 자전거로 가득 찬 도로로 베이징을 연상해 왔다. 그러나 현대도시로 탈바꿈한 베이징의 모습은 분명 놀라움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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