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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천당 '쓰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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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삼국지에서 유비가 세운 '촉'은 지금 중국의 어느 지역일까요? 너무 쉬운 문제인가요? 예, 중국 서쪽 쓰촨성을 중심으로 충칭시와 구이저우성, 윈난성, 산시성 남부 일대에 해당합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쓰촨입니다. 그 유명한 제갈량이 유비에게 삼국분립론을 설명하면서 지금의 쓰촨 지방인 익주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익주는 천험의 요새로 옥토가 천리에 달하는 천부지토(땅이 비옥하고 자원이 풍부한 땅)입니다. 한고조 유방이 이 지역을 기반으로 제업을 이뤘습니다." 거의 2천년 전부터 쓰촨은 이렇게 '천부'라고 불릴 만큼 살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쓰촨은 위도상 대부분이 제주도보다 남쪽에 위치해있습니다. 아열대 지역이죠. 그런데 큰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고도도 1,000~3,000 미터로 높아 독특한 기후를 보입니다. 여름에는 25~29도로 그리 덥지 않고, 겨울에는 평균 8도 정도로 비교적 따뜻합니다. 서리가 내리는 날이 채 두 달도 안됩니다. 사람들이 살기에 가장 쾌적한 날씨입니다. 그러면서 비가 무척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습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양쯔강을 따라 들어온 뒤 주변의 높은 산을 넘어가려고 이 지역에 비를 다 뿌리기 때문입니다. 쓰촨(四川), 즉 4 개의 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쏟아진 비는 퉈장강, 자링강, 민장강, 우장강 등 4개의 큰 강이 돼 분지를 관통한 뒤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의 하나인 양쯔강의 본류를 이룹니다. 이렇게 기후 좋고, 물 많고, 토지 비옥하니 농산물이 풍성하게 생산됩니다. 중국 전체 면적의 5%에 불과한데다 90% 가까이가 산지거나 구릉지인데도 1999년에는 쌀과 밀의 생산량이 전국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중국의 대표적 곡창지대입니다. 먹을거리가 풍부하다보니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중국 요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쓰촨요리, 바로 사천요리입니다. 중국 요리 가운데 가장 맵고 자극적이어서인지 중국인들은 회식을 대부분 쓰촨요리집에서 하더군요.
기후 좋고, 먹을거리가 많은 것 뿐만이 아닙니다. 쓰촨은 앞서 제갈량이 간파한 대로 천혜의 요새입니다. 주변의 험준한 산 때문에 침입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원의 평원 지역이 끊임없이 전란에 시달릴 때 쓰촨은 멀찍이 떨어져 구경만 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중일 전쟁 때도 일본군이 쓰촨으로는 들어오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인구가 많습니다. 현재 인구는 약 9천만 명인데 1997년 충칭이 중앙직할시로 분리되기 이전에는 1억명을 훨씬 넘어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성(省)이었습니다.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라는 방증입니다. 천부, 지상의 천당이라 불릴만 하죠?
그런데 요즘 이 '천부' 쓰촨이 초대형 자연재해로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2008년 쓰촨의 원촨 대지진은 쓰촨의 풍경을 바꿔놓을 정도였습니다. 1년전쯤 이 지역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진 전에 원촨으로 연결되던 길은 지금은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지진 이후 새로 길을 뚫어야 했습니다. 곳곳에 갈라지고 무너져내린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지진으로 새로 생긴 호수에 한 도시가 완전히 잠겨버린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실종자는 약 8만7천,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20만명 넘게 목숨을 잃었는데 다 밝히지 못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그리고 올 4월 바로 옆 루산에서 또다시 대지진이 발생해 2백명 넘게 숨지거나 실종됐고 집을 잃은 주민은 수백만명에 달했습니다. 지진 발생 직후 현장에서 만난 쓰촨 주민들은 무엇보다 삶의 터전이 너무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평생 일군 성취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경험을 5년 동안 두 차례나 겪음으로써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홍수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쓰촨 전역에 집중호우가 내렸지만 공교롭게도 비가 가장 집중돼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지진 피해를 입었던 두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두장옌이라는 곳에는 그제부터 어제까지 24시간 동안 무려 5백 밀리미터가 넘는 물폭탄이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대 강수 지역이라 불리는 제주도 남부, 섬진강 유역, 금강 하구, 한강 중상류 등의 1년 평균 강수량이 1천4백 밀리미터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서 1년 걸려 내릴 비의 3분의 1이 단 하루만에 쏟아진 것입니다.
이런 물폭탄은 노도와 같은 격류를 이뤄 주변 강변 마을을 휩쓸었습니다. 5층짜리 아파트도, 커다란 공장도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강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다리를 3개나 끊었고 때마침 강위를 지나가던 차량과 행인을 쓸어갔습니다. 쏟아진 물에 곤죽이 된 땅은 산사태를 일으켜 20여명의 주민을 덮어버렸습니다. 이번 폭우로 쓰촨성에서만 9명이 숨지고 62명이 실종됐습니다. 집이나 농토를 잃은 수재민은 72만명을 넘었습니다.
쓰촨에는 유독 치수와 관련된 전설이 많습니다. 제 성씨의 유래가 된 우왕(禹王)이 이곳 쓰촨에서 13년에 걸쳐 수로를 만들어 치수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낙산대불의 전설도 홍수와 관련이 있습니다. 쓰촨성의 러산(낙산)이라는 도시에 가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좌식불상이 있습니다. 거의 바위산 하나를 깎아서 만든 불상입니다. 발이 놓여있는 발판이 사람 키보다 큽니다. 높이가 58.7 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큰 불상입니다. 이 불상은 당나라의 승려 해통이 만들었습니다. 낙산 주변에는 민장강과 칭이강, 대도하 세 개의 강이 합쳐지고 만나는데요, 그러다보니 상습적으로 홍수의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통이 90년에 걸쳐 릉운산의 서쪽 절벽에 부처님을 조각했고 그 이후 불력으로 홍수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홍수에 관한 전설이 많을 만큼 쓰촨은 비 피해를 많이 입는 지역입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도 올해 홍수는 유별나보입니다. '천부'라 불릴 만큼 살기에 좋은 곳. 하지만 지진과 홍수로 고통을 겪는 곳. 자연의 무서움을 알고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하늘의 뜻일까요. 그래도 최근 부쩍 잦아진 쓰촨의 눈물이 하루 빨리 씻기고 예전처럼 다시 '천부'임을 즐거워하며 함포고복(입에 먹을 것을 가득 물고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태평성대를 즐거워하는 모습)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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