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평균으로 보면 급진적이다싶은 정책과 발언이 나오는 곳. 바로 광동성 입니다.
일전에도 언급했듯이 광동성은 동북쪽으로 험준한 남령산맥(南嶺山脈)이 병풍처럼 둘러싸 중원,강남(장강 동부),파촉(쓰촨) 지방과 색다른 정치ㆍ경제ㆍ문화의 길을 걷고 있는 지역입니다.
특유의 광동어가 사회 각분야에서 주류 언어로 대접받고 있고,
지방색으로 중국을 가로 질러 설명할 때 꼭 분류 안에 드는 위상이 있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오른 실력자의 심복들이 광동성 당 서기를 거쳐갔을 정도로 당 중앙이 매우 중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개혁 개방 실험도 이곳에서 시작돼 점차 북상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지리적으로 멀기 때문에 개혁이 실패해도 파장이 적다는 잇점도 고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홍콩을 통한 자본과 인력 유입이 실험 지역을 선별하는 첫번째 고려 사항이었겠지만요.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요즘 광동은 실직자들의 원성으로 분위기가 안좋습니다.
임가공 위주의 수출 전진기지가 해외 주문이 줄어들면서 이름값을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일자리를 못찾고 떠도는 농민공들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가장 후유증이 심각한 곳 중의 하나가 광동성입니다.
그래도 선도적 경제정책과 실험은 계속 됩니다.
홍콩과 교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키로 합의해 위안화의 역내 기축통화 실험이 시작된 것도 광동입니다.
광동은 저임금에 기반한 산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구조조정론’과 위기에 빠진 기업을 일단 살려야 한다는 ‘기업구제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중앙의 각 정파는 상이한 경제 처방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구중심처인 중국 권부의 권력 갈등의 강도와 계파의 윤곽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기도 합니다.
광동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의 선발대 역할을 맡은 것 같습니다.
25일 중국 신문 보도를 보니 노동절 7일 연휴(5월1일~7일)를 되살릴 모양입니다.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민족 이동이 부담스러웠던 중국 정부는 교통난 등을 이유로 노동절 연휴를 폐지했잖습니까.
연휴 부활의 명목은 ‘휴일경제(假日經濟)’효과 입니다. 일주일씩 쉬거나 놀다보면 아무래도 돈 쓸일이 많아지니 돈이 돌지 않겠느냐는 셈법입니다.
내수를 진작해 작금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게 당 중앙의 구상이지만 국가 정책으로 폐지한 제도를 다시 부활시킨다는 것.말이 쉽지 이게 쉬운 일인가요.
그런 점에서 왕양 당서기의 권력 내 위상을 유감 없이 보여준 결정이라고 평가됩니다.
앞서 21일 국무원발전연구중심에서 경기부양 방안의 하나로 노동절 연휴를 부활시키자고 제안해 분위기를 띄운 점도 있지만 왕양 서기 정도가 앞장서야 다른 성ㆍ시에서도 호응이 가능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왕양 서기의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권력 기반인 공청 출신이라는 배경도 왕양 서기의 큰 자산입니다. 시진핑ㆍ리커창 이후의 차세대 선두주자 그룹을 이루고 있는 왕양 서기의 발언은 그래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아무튼 광동성이 깃발을 든 노동절 연휴 부활을 다른 성에선 어떤 반응으로 나타날지 자못 궁금합니다.
왕양 서기가 총대를 멨으니 부담없이 내수 진작 명목을 걸고 따라할 것인지,
아니면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된 배경을 파헤치면서 자신은 권부의 신호를 제대로 해석하고 있기를 바라면서 노심초사 할 것인지,, 후속 보도가 기다려집니다.
중앙일보 정용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