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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유학생이 몰려온다   ( 조회:6731 / 0 ) 이우114  
지난 8월 말 충남의 H대학은 발칵 뒤집혔다. 2004학년도 2학기 신입생으로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중국 학생 15명의 비자를 신청했으나 전원이 거부됐다. 지난 7월 어학 연수생으로 등록했던 중국 학생 한 명이 충남 홍성의 섀시 공장에 불법 취업했다가 적발돼 강제 출국된 뒤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유학생들의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중앙일보와  중국정경문화연구원 이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중국 학생 1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실망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37%였다. '만족한다'(16%)는 응답보다 두 배나 많았다. '매우 좋다'는 의견은 5%에 그쳤다. 이들은 '까다로운 비자 발급 절차(29%)'에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 까다로운 비자 받기=중국 학생이 한국에서 유학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에서 유학하기 위해선 우선 유학할 학교를 통해 한국의 출입국관리소에서 비자발급인정서(예비사증)를 받은 뒤 중국 내 한국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미국.유럽이나 동남아 출신 유학생들은 유학할 대학의 입학허가서 등만 갖고 현지 한국영사관에 비자 신청을 하면 된다.

이 때문에 한국 유학을 알선해 주고 웃돈을 챙기는 유학 브로커들도 등장했다. 중국 유학생의 정식 유학 코스는 개별적으로 한국 대학과 접촉하거나 중국 정부가 공인한 현지 유학원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만 공인 유학원이 집중돼 중국의 지방 학생들은 브로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으로 전남 D대에 재학 중인 류룽우(劉榮伍.28)는 "브로커가 등록금 외에 수수료 명목으로 400만원을 따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 부실한 여건=국내에 입국한 뒤에도 그들의 불편은 계속된다. 170여명의 중국 유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서울 K대의 경우 기숙사 시설이 아예 없어 유학생들은 일반 기숙사비보다 몇 배나 비싼 고시원에서 지내야 한다. 서울대에서도 중국 학생 256명 가운데 30% 정도만 기숙사에 방을 배정받고 있다. 지방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강원도의 K대학에는 300여명의 중국 유학생이 재학 중이지만 기숙사 시설이 없어 유학생들은 고시원에서 지내거나 자취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숙사에선 한 학기(6개월 기준)에 식대를 포함해 70여만원이 드는 반면 고시원 등을 이용하면 방값만 매월 20만원씩 내고 식사를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중국 학생들은 수업에서도 애를 먹고 있다. 부산의 D대학에는 정식 학위과정 이전에 필요한 한국어 연수 과정이 전혀 없다. 입학시 요구되는 한국어능력시험 기준(4급 이상)도 형식적이어서 한국어를 모르고서도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모르고 이 대학을 지원한 중국 학생들은 "등록금만 내면 학점을 준다"며 불평을 털어놓고 있다.

일부 대학은 수업 진행이 제대로 안 돼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9월 충남 모 대학에선 유학 중인 중국 유학생 10여명이 담당 교수가 수업을 자주 빼먹는다며 대학당국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학생 자오(20)는 "한국 학생들도 수업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 등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다"며 "정보가 모자라 한국 내에서도 수준이 떨어지는 대학에 온 것이 후회된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유학생은 미래의 한.중 관계를 이끌어갈 지한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극소수의 이탈자 때문에 적법하게 학문을 연구하러 온 유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선 안 되지요."

재한 중국인유학생연합회 퍄오양(朴洋.37.사진)부회장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온 유학생들과 달리 한국인들이 중국 유학생들에게 편견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1년 옌볜(延邊)대 정치학 석사를 받은 뒤 현재 성균관대 동양철학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한국을 배워 더 나은 직장과 성공을 얻기 위해 왔을 뿐"이라며 "중국 학생들은 비자 갱신 등으로 출입국관리소를 찾을 때마다 잠재적인 불법 체류자로 보는 듯한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우리 정부는 외국 유학생들에게 최장 2년짜리 비자를 발급해줄 수 있지만 불법 체류자 등의 문제를 감안해 중국 유학생에게는 보통 1년짜리 비자를 주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은 5492명. 이 중 학업을 중단하고 불법 취업 등에 나서 행적을 알 수 없는 이른바 '이탈자'는 277명(5%)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유학생 관리가 부실한 학교에 과태료를 물리는 규정 등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탈자 수에 따라 각 대학의 비자 발급률을 조절하는 '학교책임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학들은 이탈자를 막는 데 부심하고 있다. 어학 연수생을 포함해 300여명의 중국 학생이 등록한 강원도 K대학은 매 학기 초 관할 경찰서나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를 초청해 유학생 준수사항 등을 알리는 특강도 열고 있다. 또 학교 앞 원룸건물을 통째로 빌려 중국 학생만을 위한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다. 건물 관리인은 중국 학생의 동태를 살피는 '감시원' 역할을 맡는다.

대전의 배재대는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에서 공인하는 유학원을 통해 접수하는 유학생만 입학을 허가하고 있다. 학생 1인당 300만원 선이면 충분한 유학비용이 현지의 사설 유학원을 통하면 수수료 등 최고 1000만원까지 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경북 경산의 경일대는 등록금 외에 예치금 300만원을 내야 입학자격을 준다. 경제적으로 일정한 수준이 넘는 학생을 뽑아 불법 체류자로 달아나는 경우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편 교육부는 2010년까지 해외 유학생 5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재정 능력을 입증하는 서류를 강화하는 대신 입학허가와 비자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장혁.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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