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산품 등은 적잖은 우려로 남을 전망
자동차 등은 현지 공장 감안하면 수혜 적어
[세계파이낸스]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협상이 개시됐다.
양국은 2일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고 진행 계획을 밝혔다. 이는 2010년 정부간 협상 개시 노력을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이날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은 중국 베이징 상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FTA 협상을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수출 중 중국의 의존도가 전체 수출의 3분의 1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 사이의 FTA 체결은 중국의 의존도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형성된 탄탄한 분업관계나, 지리적 인접성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FTA 체결 당시보다도 사뭇 다르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중저가 제조분야에서의 중국의 원가경쟁력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FTA는 어떤 나라와의 FTA보다 국내에서 파열음이 크게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는 최근의 쏠림 현상을 볼 때, 차이나 리스크가 고스란히 코리아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여러 겹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한·중 FTA, 2단계로 진행
이번 한국과 중국의 FTA는 2단계로 진행될 전망이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되 협상이 시작되면 상품, 서비스, 투자 분야별로 협상 지침을 협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허 문제 등을 포함한 협상을 진행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체 품목을 일반 품목과 민감 품목, 그리고 민감 품목을 초민감과 민감 품목으로 나눠 양허 제외와 관세 장기 감축 등으로 나눠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진행될 1단계에서는 양국의 민감분야를 어떻게 처리할 지와 FTA 범위 설정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FTA가 2단계로 나뉘어 실시되는 것은 양국의 민감분야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의 경우 FTA 체결시 값싼 중국산 농산물 유입으로 인해 피해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반면 중국 측은 자동차, 기계, 석유 분야 등의 제조업을 민감분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이외에도 중국의 국영기업 문제 같은 부분도 넘어야 할 산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양국이 각각 올해 말 대통령 선거와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등 정치적인 문제도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어 협상을 아무리 빨리 진행한다 하더라도 일이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한미 FTA는 협상이 시작된 뒤 1년, 한-EU(유럽연합) FTA는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박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4가지 원칙은 합의한 상황이다.
첫번째 원칙은 협상구조와 관련해 한중 FTA는 민간보호를 위해 협상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협상 개시 후 민간보호 상품 서비스투자 분야별 협상지침 모델리티를 합의하고, 그 후 모델리티를 기초로 전면적 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
두번째로 한중 FTA는 상품 민간품목 보흐를 위한 협상 지침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양국은 전체 품목을 일반품목과 민간품목 분류한 뒤 민간품을 다시 초민감품목과 민감품목으로 나눠 양허 제외 부문과 관세의 부문감축, 그리고 관세 장기감축 등으로 나눠 보호하기로 합의했다.
세번째로는 서비스 투자 분야에서 WTO를 상회하는 수준을 지향, 한중 FTA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위해 높은 수준의 FTA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국은 역외가공지역에서 생산하는 상품에 대해서도 특혜관세 적용하기로 했다.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양국이 폭넓은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중 양국이 개성공단 등을 역외가공지역을 지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 국내 경제 미치는 영향은?
일단 시장에서는 이번 FTA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과의 FTA는 한국이 체결한 다른 FTA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국경제의 운용체제는 한국의 다른 FTA 상대국이 운용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중 분업구조가 수교 후 근 20년간 굳건히 정착되고, 중국 내 한국기업의 제조법인들이 제3국 시장개척에 필수적 생산거점으로 기능을 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대중 노출도(exposure)가 상당히 높아졌다.
박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두 가지 특징은 중국과의 FTA 협상이 그 과정에서 이익의 균형을 찾기가 매우 어려우며, 협정이 발효될 경우 한국경제가 받을 파장도 매우 클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한·중 교역은 생산분업 구조가 강해 중간재와 자본재 비중이 높았고, 대체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제조업 생산 역량 고도화와 내수시장 활성화로 중간재와 자본재 자급률이 높아지고, 소비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즉 한·중간 분업구조에서 중국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FTA가 국내 시장에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한중 FTA 의의와 주요 쟁점'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이 FTA를 체결할 경우 우선 중국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증강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주요 강대국과 모두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로서 역동적인 경제 허브의 역할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동북아의 산업분업을 한국에 우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증시, FTA로 수혜 입을 수 있을까
이번 중국과의 FTA 협상이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현 상황에서는 '중립' 정도로 예상된다.
경제적으로는 분명 농산물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분야들이 있으며, 자동차 등 제조업종을 중심으로는 수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관세와 '현지 공장' 문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 시점에서)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농산물 같은 건 시장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증권 시장에 큰 영향이 없다"면서 "한국의 경우 제조업 등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은 있으나, 사실 우리나라 생산기지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가 있기 때문에 딱히 수혜를 받고 뭐 하고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전체의 경제 분야를 살펴보면 도움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나눠질 텐데, 일단 상장사의 경우는 나쁘지 않지만 그렇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적으로 볼 때는 중립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미 관세는 기조적으로 낮아져 왔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나쁜 게 없다"고 덧붙였다.